김치는 원래 빨갛지 않았습니다
김치의 역사, 고추가 들어오기 전 김치는 하얀 절임 채소였습니다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이며, 처음부터 빨간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추는 17세기 초엽에야 한반도에 들어왔습니다. 그 전의 김치는 소금물과 향신료로 맛을 낸 하얀 절임 채소에 가까웠습니다.
어떤 김치를 제일 좋아하시나요? 고깃집에 앉자마자 잘 익은 배추김치부터 찾는 분도 계시고, 냉면집에서 동치미 국물부터 한 모금 들이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로 보면 동치미 쪽이 더 오래된 김치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김치' 하면 떠올리는 빨간색은, 생각보다 젊은 색입니다.
김치는 원래 어떤 음식이었을까
김치는 원래 소금에 절인 채소였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식품입니다. 이름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담근 채소'라는 뜻의 '침채(沈菜)'가 '딤채'를 거쳐 '김치'가 되었다는 풀이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문헌에 김치가 처음 나오는 것은 고려 시대 이규보의 시에 등장하는 순무 김치입니다. 조선에서도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소금물에 담그거나 천초, 회향 같은 향신료로 맛을 냈습니다. 1600년대 말의 한 요리책에는 김치 11종이 실려 있는데, 고추를 쓴 김치는 하나도 없습니다. 무를 소금물에 담그는 동치미는 이 책에 나옵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고추 이전에는 산초, 여뀌 같은 재료가 김치를 오래 두고 먹게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니 빨갛지 않은 김치가 덜 전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동치미가 오히려 더 오래된 계보에 속합니다.

고추는 언제 들어왔을까
고추는 17세기 초엽,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봅니다. 고추의 고향은 중부아메리카입니다. 1614년 이수광이 펴낸 『지봉유설』에는 고추가 일본에서 들어와 '왜겨자'라고 불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기록을 근거로 고추의 전래 시기를 17세기 초엽으로 봅니다.
흔히 "임진왜란 때 고추가 들어왔다"고들 합니다. 다만 정확한 시점과 경로는 아직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추가 들어오자마자 김치가 빨개졌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빨간 김치가 문헌에 뚜렷이 나타나기까지는 10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고추가 김치에 쓰인 첫 단서는 17세기 후반 문헌에서 보입니다. 1766년 『증보산림경제』에는 고춧가루를 넣은 오이소박이 담그는 법이 자세히 실렸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책을 김치에 고추를 넣은 첫 기록으로 소개합니다.
새로 들어온 채소 하나가 식탁의 색을 바꾸는 데 한 세기가 걸린 셈입니다.

배추김치는 언제부터 지금 모습이었을까
속이 꽉 찬 통배추김치는 빨간 김치보다도 더 나중의 모습입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속이 꽉 차는 결구배추는 중국 화북 지방의 배추를 1800년 전후에 개량한 품종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60년대까지도 속이 덜 찬 배추로 김치를 담그는 집이 많았다고 설명합니다. 결구배추가 널리 쓰이기 전에는 배추를 썰어 여러 재료와 섞는 섞박지를 주로 담갔습니다.

오늘 바로 써먹는 법
- 동치미 한 모금에 옛 김치 맛 떠올리기 — 냉면집에서 동치미 국물을 마실 때, 고추 이전의 김치 맛을 상상해 보세요
- 외국인 친구에게 한 줄 더하기 — 김치를 소개할 때 "원래는 하얀 절임 채소였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면 대화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 '전통'의 나이 따져 보기 — 무언가를 전통이라고 부를 때, 그 전통이 몇 년 된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마치며
어떤 김치를 제일 좋아하시나요? 배추김치든 동치미든, 그 한 접시에는 수백 년 동안 바뀌어 온 입맛과 재료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저녁 김치를 집으실 때 "이 빨간색은 언제부터였을까" 하고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