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정오는 사실 12시 반입니다
한국 표준시, 왜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 기준 UTC+9를 쓸까

표준시는 한 나라가 기준으로 정한 경선의 태양 시각을 온 나라가 함께 쓰는 공식 시간입니다. 표준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국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동경 135도는 일본을 지나는 선이라, 한국과 일본은 같은 시각을 씁니다.
시간대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해외여행에서 휴대폰 시계가 저절로 바뀌는 건 익숙합니다. 그런데 도쿄에 내리면 시계가 그대로입니다. 바다를 건너왔는데 시차가 없습니다.
점심시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낮 12시에 회사 앞에 나가 보면 그림자가 아직 비스듬합니다. 서울에서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때는 12시가 아니라 12시 반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이 30분 남짓한 차이에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 있습니다.
시간대는 어떻게 정해질까
시간대는 경도로 정해집니다. 지구는 24시간에 한 바퀴, 곧 360도를 돕니다. 그래서 한 국내 학술 논문에 따르면 경도 15도마다 동쪽으로 1시간씩 시각이 빨라집니다. 동경 135도는 15의 9배이므로, 세계 기준시(UTC)보다 9시간 빠른 UTC+9가 됩니다. 만약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UTC+8:30이 됩니다.
서울의 정오는 왜 12시 반일까
서울이 기준선보다 서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대략 동경 127도에 있어서, 기준선인 135도보다 약 8도 서쪽입니다. 경도 1도는 4분에 해당하니 8도는 약 32분입니다. timeanddate.com의 서울 정보에서도 6월 하순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각이 낮 12시 35분으로 나옵니다. 계절에 따라 몇 분씩 앞뒤로 움직입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일본과 같은 시간을 썼을까
아닙니다. 앞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표준시는 1908년 처음 정해진 뒤 세 번 바뀌었습니다.
- 1908년 — 대한제국이 동경 127.5도 기준(UTC+8:30)을 채택했습니다
- 1912년 — 일제강점기에 동경 135도 기준(UTC+9)으로 바뀌었습니다
- 1954년 — 동경 127.5도 기준으로 돌아갔습니다
- 1961년 — 다시 동경 135도 기준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54년 변경은 광복 뒤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과정에서 이뤄졌습니다. 1961년 변경은 30분 차이가 큰 의미가 없고, 대부분의 나라가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정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지금의 기준은 일본을 따라 했다기보다, 국제 관행에 맞추다 보니 같은 선을 고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127.5도로 돌아가야 할까
여기에는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은 일제강점기에 바뀐 기준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쉽고, 실제 해의 움직임과도 30분 남짓 어긋난다고 봅니다. 다른 쪽은 1961년의 이유처럼 1시간 단위 국제 관행에 맞추는 편이 편리하다고 봅니다.
북한은 실제로 시간을 바꿔 본 적이 있습니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평양시간'을 만들어 시계를 30분 늦췄다가, 2018년 남한과 같은 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보다, 역사와 편리함을 함께 놓고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바로 써먹는 법
- 점심때 그림자 보기 — 맑은 날 12시와 12시 반에 그림자 길이를 비교해 보세요. 그림자가 가장 짧은 때가 12시가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시차는 'UTC+몇'으로 적기 — 해외 출장이나 화상 회의 일정을 잡을 때 'UTC+9'처럼 적어 두면 계산이 쉬워집니다
- 지도에서 선 두 개 찾기 — 아이와 함께 동경 127.5도와 135도 선을 찾아보세요. 역사와 지리를 한 번에 배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시간대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이제 '낮 12시'라는 시각 뒤에 1908년부터 이어진 선택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맑은 날 점심을 드시러 나갈 때, 해가 아직 꼭대기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