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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이미 쓴 돈이 다음 선택을 망칠 때

매몰비용의 오류,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 때문에 손해 보는 선택을 이어가는 현상

발행

손이 금화를 붓고 있지만 바닥에 구멍 난 양동이로 금화가 그대로 새어 나간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써 버려 돌려받을 수 없는 돈·시간·노력 때문에, 앞으로 손해가 예상되는 일을 계속 이어가는 판단 오류입니다. 1985년 원 논문에 따르면, 극장 시즌권을 정가에 산 사람은 할인받은 사람보다 시즌 전반부 공연을 더 많이 보러 왔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의 기준은 지난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의 비용과 이익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은 겁니다.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하지만, 매몰비용 앞에서는 이 말을 거꾸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뷔페에서 이미 배가 부른데 한 접시를 더 가져옵니다. 본전 생각 때문입니다. 한 시간째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도 표값이 아까워 끝까지 앉아 있습니다. 1년 치 끊어 둔 헬스장은 안 가면서도 해지는 못 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버티는 순간부터, 손실은 다시 쌓이기 시작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란 무엇일까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쓴 비용이 아까워서 손해 보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판단 오류입니다. 매몰비용(sunk cost)은 어떤 선택을 하든 되찾을 수 없는 비용입니다. 경제학은 매몰비용을 다음 결정에 넣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미 쓴 비용이 클수록 그만두기 어려워합니다.

끈기와는 근거가 다릅니다. 끈기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지난 비용이 아까워서 계속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같은 행동이어도 이유가 다릅니다.

실험에서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돈을 더 낸 사람이 더 열심히 '본전'을 찾으려 했습니다. 심리학자 할 아크스와 캐서린 블러머가 1985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입니다.

한 설문에서는 100달러를 낸 미시간 스키 여행과 50달러를 낸 위스콘신 스키 여행이 같은 날 겹쳤다고 가정했습니다. 더 즐거울 것 같은 쪽은 위스콘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응답자 61명 중 33명(약 54%)이 더 비싼 미시간을 골랐습니다.

극장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시즌권 구매자를 무작위로 나눠 정가(15달러), 2달러 할인, 7달러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시즌 전반부 공연 5개 중 정가 그룹은 평균 4.11회, 두 할인 그룹은 3.3회 안팎을 관람했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시즌 후반부에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뷔페 음식이 차려진 식탁 앞에 가득 담은 접시가 놓여 있다
극장 시즌권 구매자의 시즌 전반부 평균 관람 횟수 막대그래프. 정가(15달러) 4.11회, 2달러 할인 3.32회, 7달러 할인 3.29회
빈 영화관 객석에 혼자 앉아 턱을 괴고 스크린을 보는 사람의 뒷모습

왜 '콩코드 오류'라고도 부를까

영국과 프랑스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 계속 투자한 일이 이 오류의 대표 사례가 됐기 때문입니다.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콩코드는 두 나라가 함께 만든 여객기로 1976년 상업 운항을 시작해 2003년에 은퇴했습니다. 생산된 기체는 20대뿐이었습니다.

『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두 나라 정부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 뒤에도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매몰비용의 오류를 '콩코드 오류'라고도 부릅니다.

오늘 바로 써먹는 법

  • "오늘 처음 시작한다면?"이라고 묻기 — 지금까지 쓴 비용을 지우고, 이 프로젝트나 구독, 회원권을 오늘 새로 제안받는다면 승인할지 따져 봅니다
  • 시작 전에 멈춤 기준 정하기 — "3개월 안에 유료 고객 ○명이 안 되면 방향을 바꾼다"처럼 숫자로 된 기준을 미리 적어 두면,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계속 간다면 계획을 다시 세우기 — "아까워서"가 아니라 새 기획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비용은 근거가 될 수 없지만, 그동안 얻은 경험과 데이터는 새 계획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마치며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은 겁니다. 그때 깔끔하게 멈추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확실한 기획과 액션으로 이겨내시든가요.